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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야기

아동학대 사건의 재구성

2016-11-18조회 6065

그 아이 주변에 안부를 물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고 미안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들, 올해만 해도 여러 건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토요일(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입니다.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후회 섞인 탄식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동학대 예방, 과연 할 수는 있는 걸까요?

아동학대 사건의 재구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으며, 촬영은 대역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들을 돌아보며, 아이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되짚어보았습니다.
CASE1. 사라진 은결이(가명) __________ 7살 은결이의 몸에는 언제나 멍 자국이 있었습니다. 어쩌다 멍이 들었냐는 물음에 "밖에서는 집안일을 말하지 말랬어요"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던 은결이. 은결이 부모의 "간섭 말라"는 태도에 주변 사람들은 더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소득수준은 높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계모)에게 들키면 안 된다며 먹을 것을 신발주머니에 숨겨 가던 아이. 은결이는 현재 실종 상태입니다.
▶ 은결이의 멍 자국을 본 동네 주민들이 "어떻게 다친 거니?" "내가 도와 줄게" 라고 말했더라면? 망설이던 은결이는 어른들의 끈질긴 설득에 학대받은 사실을 털어놓았을지 모릅니다. 은결이의 이야기를 들은 주민들은 112에 신고를 하고, 은결이는 위험한 집에서 구출될 수 있었겠죠.
CASE2. 암매장 당한 유경이(가명)__________ 6살 유경이는 어린이집에 처음 등록한 후 다음 날부터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족구에 걸려서 당분간 못 나가요"라는 부모의 말에 더 이상 아무도 되묻지 않았습니다. 유경이 집 근처에서 간간이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훈육이겠거니' 생각한 이웃들은 침묵했습니다. 그 사이 유경이는 양부모에 의해 학대를 받았고, 결국 살해되어 암매장 당하고 말았습니다.
▶ 유경이의 무단결석이 의심스러웠던 어린이집 선생님이 112에 신고를 했더라면? 유경이 집 근처에서 흘러나온 비명 소리를 들은 이웃이 유경이의 안부를 끈질기게 물어봤더라면? 유경이는 양부모의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CASE3. 쓰레기 집의 정민이(가명)__________ 매일 밤 10시, 집에서 편히 쉬어야 할 시간에 놀이터에 홀로 앉아있던 8살 정민이. 한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고 있었고, 비가 와도 우산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뒤늦게 발견된 아이의 집에는 쓰레기와 악취가 가득했는데요. 욕설과 폭력이 가득한 집에서 나와 놀이터에서 마음을 달래던 정민이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 정민이의 옷차림을 본 주변 이웃이 "옷이 너무 얇은데, 춥지 않니?"라고 물어봐 주었더라면?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떠돌던 정민이에게 "집에 무슨 일 있니?"라고 물어봐 주었더라면 정민이의 하루는 좀 더 빨리 따뜻해졌을지 모릅니다.

학대와 훈육 사이

올해 굿네이버스가 아동과 부모 각 8천9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권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아동의 수는 2천446명으로 27%를 차지했습니다. 전체를 1천 명으로 환산하면 275명이 학대를 당한 것인데요. 실제 발견되는 학대 피해 아동의 수가 1천 명 당 1.59명밖에 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173배나 차이가 납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TV)
이는 발견되는 아동학대 사례보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가 훨씬 많다는 건데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는 그 원인을 ‘학대에 대한 인식’ 그리고 ‘신고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 체감수준 :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의 아동권리실태조사에서 월1회 이상 아동학대 경험 수(초4, 초6, 중2 대상)
* 피해아동 : 피해아동 발견율로, 당해 연도 초4, 초6, 중2 대상 추계아동인구 천 명 당 피해아동 수 재산출 (2015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기준)

 
학대에 대한 인식__________8,915명의 부모를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신체학대의 경우 '이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서학대나 방임의 경우 신체학대보다 더 민감성이 낮았습니다.
- 꼬집는 것 "학대 아니거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51%)
- 손바닥으로 얼굴, 머리, 귀 등을 때리는 것 "학대 아니거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10.1%)
- 벨트. 골프채, 몽둥이 등을 이용해 엉덩이를 때리는 것 "학대 아니거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9.1%)
- 아이에게 욕을 하는 것 "학대 아니거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14.3%)
- 아이에게 말로 때리겠다고 위협한 후 실제로 때리지 않는 것 "학대 아니다" (21.1%)
- 아이에게 소리나 고함을 치는 행위 "학대 아니다" (15.7%)
-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행위 "학대 아니다" (14.6%)
 
신고에 대한 인식__________지난 1년간 주변에서 아동학대를 목격한 이들(212명) 중 83.5%에 달하는 177명은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목격은 했지만 신고는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모의 자녀 훈육은 상관할 일이 아니어서'가 26%, '신고가 아동에 해가 될까 봐'가 22.6%로 나타났는데요.

아동학대 사건의 80%는 친부모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의 집 일'이라는 생각, '부모의 훈육'이라는 생각이 방관자를 만들고 이는 결국 아동의 희생으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전문가들은 체벌과 학대의 경계선에 있는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학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사건의 피해 아동 나이가 10세 미만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속적으로 안부를 묻는 것은 모든 어른들의 의무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안부를 물어주세요

굿네이버스는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가 마련되기 이전인 1996년, 민간단체 최초로 아동학대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는데요.
올해도 11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우리 아이에게 안부를 물어주세요> 를 진행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안부를 한 번 물어볼 때마다 1만원 씩, 총 1억원을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학대 피해아동을 위한 사랑의 치료비로 후원합니다.
이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아이들을 돌아보고, 학대가 의심되면 112로 반드시 신고하겠다는 다짐의 서명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답니다.
+ 덧붙이기
아동학대를 예방의 의무는 비단 개인의 것만은 아닙니다. 정부와 민간 단체, 그리고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데요.
*출처: 2015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6. 9)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되고 신고 의무자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해가 갈수록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인프라는 이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 정부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추가 설치 약속은 실효성 있는 예산안 없이, 그저 말 뿐인 약속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아동보호체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정부가 마련한 대책들이 제대로 구축되고 가동될 수 있도록 계속 지켜봐야겠죠.
이번 한 주, 아동권리캠페인에 참여하며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내년 이맘 때는 그래도 좀 나아졌다고, 많이 달라졌다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